티스토리 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의 뜻은, 16세기 영국의 금융가였던 토마스 그레샴(Thomas Gresham)이 제창한 법칙으로, "Bad money will drive good money out of circulation"을 우리 말로 아주 어렵게 해석해 놓은 것입니다.


구축한다라는 의미가 생소하여 내쫓는다는 의미인 구축(驅逐)인데  쌓아놓는다는 구축(構築)으로 잘못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의 의미는 시장에 좋은 품질의 화폐와 나쁜 품질의 화폐가 동시에 존재할 때 품질이 떨어지는 화폐만 남고 좋은 화폐는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그레샴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정 고문이었습니다.

그래샴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자 순도가 떨어지는 은화나 금화를 유통했는데, 기존 은화나 금화를 소유한 사람들이 이를 쓰지 않고 저장해놓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시중에는 은화나 금화의 순도가 낮은 화폐(악화)가 많아지게 됐고 순도가 높은 화폐(양화)는 유통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를 두고 '약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법칙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현재는 이 법칙이 일반적인 의미로 확대되어,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품질이 좋은 상품은 시장에서 퇴거하고품질이 낮은 상품만 남게 된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또한 자질이 높은 사람은 조직에서 사라지고 자질이 낮은 사람들만 남게 된다는 의미 등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됩니다.




그레샴 법칙의 대표적인 사례들


몇년전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별로 없던 시절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판매하면 무료로 사용하기 위한 불법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판을 치게 되었습니다.

이로인해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이 문을 닫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문기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예전에 지면 신문만 있고 기자들이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정신이 있었을때는 제대로 된 기사가 신문을 장식했습니다.

요즘 기사들의 제목을 보면 '경악', '충격','알고보니 ~' 등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제목들로 넘쳐납니다.

내용을 보면 쓸데 없는 기사들이 대부분입니다.




몇년전 중국에서 젠하이저 이어폰 IE-80 모조품 이른바 짝퉁제품을 1/10가격에 판매한적이 있습니다.

지인이 하나 구입을 했는데 진품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비싸게 판매되던 젠하이저 이어폰 IE-80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최근 블로그의 글들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의 일기로 시작 되었던 블로그가 이제는 상업용으로 변질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화 (개인이 제작한 품질 좋은 컨텐츠)가 악화 (돈받고 쓴 맛집 소개 등)로 인해 밀려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이버 등이 이를 해결하겠다고 로직 변경 등 여러가지 방법을 쓰고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들은 방법을 알아내고 다시 블로그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용어를 번역 하더라도 쉽게 번역을 하면 좋을텐데 어려우니 이말 자체가 통용이 안되는것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것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